오늘날의 자본우선주의적 법 체계는 사건의 예방보다는 사후 분쟁 해결에 집중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수혜자의 입장에서 법이 작동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예를 들어, 변호사법의 과잉 현상은 법 제도가 오히려 불평등을 생산하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냅니다.
동일한 사건에서도 변호사를 선임하면 무죄 혹은 1년 형, 변호사 없이 재판을 받으면 벌금형 또는 3년 형이 선고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세무사를 통해 신고하면 백만 원의 세금이 부과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이천만 원의 세금이 부과되는 현실 역시 이를 방증합니다.
이처럼 법의 구조는 ‘돈을 납부하면 경감받고, 그렇지 않으면 가혹한 처벌을 받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으며, 법원이 그 차별의 중심 무대가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제도가 국가적으로 방임 운영되고 있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산업재해와 같은 중대한 사건이 법적 다툼으로 비화되면, 피해자인 노동자가 정당한 보상을 받는 것 자체가 어려워집니다. 이는 노사관계 법령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대규모 파업 이후 기업이 제기하는 손해배상 청구액은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에 이르며, 그 책임은 대부분 노동자에게 전가됩니다. 파업의 원인이 기업의 구조조정, 안전 문제, 임금 협상 파기 등 기업 측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파업으로 인한 손해는 전적으로 노동자의 책임으로 간주됩니다.
더욱이 기업은 대형 로펌과 변호사 제도를 활용해 법을 악용하는 사례가 빈번하며, 이로 인해 노동자는 단순한 금전적 부담을 넘어 삶 자체가 파괴될 수준의 압박을 받습니다.
이러한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바로 노란봉투법입니다.
노란봉투법은 기업 활동을 보호하면서도, 그에 필수적인 노동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현행 구조의 불균형을 해소하려는 최소한의 제도입니다. 이 법이 없다면, 노사관계는 사실상 사라지고 모든 사안이 ‘기업활동 보호’라는 명목 아래 사업주의 선의에만 기대는 구조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대기업 고임금 사업장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노동자는 기업이 고용한 대형 로펌과 대등하게 싸울 수 없습니다. 법정 공방은 자본, 정보, 여론, 인맥을 가진 쪽에 훨씬 유리하게 작용하며, 이는 법의 본질적 가치인 ‘형평성’을 훼손합니다.
이 점에서 노란봉투법은 최소한의 균형추 역할을 합니다.
법조계 내부에서도 “기업이 노동자에게 과도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법적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노란봉투법은 이러한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노란봉투법의 제정은 기업 측이 ‘손실’에 대한 청구권을 남용해온 현실에 대한 반성과 조정의 의미를 지닙니다. 파업이라는 쟁의 행위가 노동자의 일방적 책임일 수 없다는 점을 사업주가 인식하도록 만드는 제도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표결을 앞둔 노란봉투법은 결코 ‘기업의 책임을 무조건적으로 제한’하거나 ‘노동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법’이 아닙니다.
그 본질은 권리 행사의 균형을 회복하고, 파업의 원인과 책임을 정당하게 따지게 만드는 데 있습니다.
현행 법 체계가 강자와 약자를 가리지 않고 공정해야 한다는 원칙을 스스로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노란봉투법은 그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사회의 최소한의 시도입니다.